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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애잔한

조제는 잘지내고 있을까..

본문을 읽기에 앞서...

필자는 글이라곤 철없는 고등학교 시절에 푹 빠졌던 판타지 소설을 보고, "나도 한번 써봐야지!"
라는 철없는 생각으로 며칠간 끄적이고 이내 글을 쓴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구나. 라는 걸 느낀뒤.. 글이라곤 레포트를 쓸 때 끄적이는 글밖에 안 써본 사람입니다. 때문에 본문을 읽으실때에 필자의 부족한 부분이 여지없이 들어나고, 답답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고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장하는 바입니다. 이미 이 영화가 나온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첫 블로그 포스팅을 이 영화로 정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제 가슴에 애잔하게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신 안보신 분들에겐 권장하지 않습니다.
스포일러성 내용이 있습니다.


(또한 첫 포스팅인만큼 여러모로 긴장이 되는군요.)




헤어져도 친구로 남는 여자도 있지만 조제는 아니다. 조제를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츠네오(남주인공)의 회상으로부터 시작을 한다.


"그떄가 그립다."

벌써 몇년전인지도 기억안나는 사진들을 보면서 츠네오(주인공)은 그때 무슨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기억을 해낸다. 오래된 기억인듯한데 며칠전 일처럼 다정하게 말하며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라는 것은 어떠한 것일까?

아련한 기억.. 그 기억이라는 것은 초콜릿처럼 달콤하며 
어느 여름날 새벽에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처럼 소리소문없이 기억의 수면위로 떠오르는 기억이자,  지워지지 않는 암각(巖刻)같은 존재이다. 


츠네오(주인공)은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녀석 참 수완이좋다. 잠자리를 같이하는 파트너도 있고 대학에서 인기좋은 여대생과도 잘되간다. 그러한 녀석이 우연찮게 특이한 만남을 가지게 된다.


거친 숨소리와 불안한 표정. 유모차에는 성인처럼 보이는 여성이 타고 있었다.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칼을 휘두르는 이 여성의 이름은 '쿠미코' 자칭 조제라고 불리우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이다.골목안에 작은 집에서 기운없어 보이는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 여성이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어서 그런지 말투가 꽤 직선적이다. 츠네오에게 어려운 용어를 말하며 대학생인데 그것도 모르면서 대학은 왜다니냐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래봬도 배운 여자랍니다.

그녀의 집을 보면 알겠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많은 책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그래서 그런지 꽤나 박식하다.

주인공 츠네오는 조제와의 만남에서 그녀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 같다. 툭툭 쏘는 듯한 말투지만
사실 친절하며, 불편한 생활을 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녀를 챙겨 주고 싶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그는  아름다고 능력있고 같은 대학을 다니는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러던 중..조제와 같이 살던 할머니가 죽고 그녀에게 찾아간 그에게  조제가 한 한마디가 크게 와닿고 만다.


"가버려...가란다고 진짜 가버릴거면 가버려!!"

이 상황에서 진짜로 가버릴 남자가 있을까?
 츠네오는 그런 조제를 꽉 껴안아 준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시작이 된다.
츠네오에겐 조제의 장애는 자신의 사랑으로 채워줘야 할 부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자신이 그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렇게해서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라고하면 좋겠지만..이런문장을 보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러하듯 이러한 이야기에 반감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며 행복을 지키는 일 또한 쉽지 않음을 누구나가 다 압니다. 만인이 알듯이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한결같기가 어렵습니다. 행복한 채로 영원히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 또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생을 솔로로 살아온 사람들도
(흔히 마법을 부린다는) 사랑의 영원성에는 의구심을 가지기 마련이죠..
 
그리고 ..

'그녀의 부족한 부분을 사랑으로 채워줬던 츠네오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게감을 느낍니다.'



"지쳤어?"
그는 그의 동생의 물음에 답을 못합니다.

그는 조제와의 결혼에서 도망칩니다. 애써 웃고, 조제를 더 신나게 해주려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눈에서는 그의 표정에서 작은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잊혀지지않는 조제와 츠네오의 대사가 나옵니다.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 있을뿐이지"

"외로웠겠다."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이 대사를 듣는 순간,가슴이 찌릿했습니다.
조제는 츠네오가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언젠가 떠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그가 없어도 외롭지 않다고 합니다.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그녀를 두고 떠나가야하는 그에게 짐을 덜어주려는 것일까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 둘은 결국 헤어지고 맙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츠네오 스스로가 알듯이 그 이유는 츠네오가 도망친 것 입니다.
평생을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고 떠나간 것 입니다.

츠네오는 걸어갑니다. 그러다 문득 기억하고 맙니다.
자신의 사랑이 끝났음을.
그리고 목놓아 웁니다.
정말 슬프게 웁니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끝났습니다.
이 사랑을 지켜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영화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랑입니다."

그리고 누구 한쪽이 잘못해서가 아닌 사랑의 짐을 견디지 못한 채 도망쳐
가슴속에 사무치게 남았을 사랑의 기억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듭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가슴속에 애잔하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제는 예전과 다르게 혼자서도 잘다니면서 혼자서 밥도 잘 챙겨먹습니다.
분명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의자에서 떨어질때도 왠지 예전과는 다른 어떤것을 느껴주게 해줍니다.

그렇게 조제의 한층 나아진 삶의 모습이 보이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조제는 울었을까요?.....
츠네오와 함께했던 아련한 기억을 그리면서 말이죠.
그녀에게도 다른 사랑이 찾아올까요?......
조제는 지금 잘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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